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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살 컴공 대학생의 2018 회고

by chuckolet 2018. 12. 28.

2017년은 일년 내내 행운이 넘치던 해였고

2018년은 그 행운이 힘을 잃어갔던, 참 다사다난한 해였다. 

 

2017년에는 정말 운 좋게 교환 학생에 합격하여 빡세게 미국에서 언어를 배우고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2학기에는 또 한번 운 좋게 교내 IT Service 팀에 지원하여 Student Worker로 일 하며 돈도 버는 행운을 누렸다. 미국에서의 성취와 자존감을 높혀주는 그곳의 분위기 덕분에 나의 자신감은 인생 최고치에 육박했었다.

 

2018년 초에도 연전연승은 꾸준히 지속되었다. 한국 학교로 복학과 동시에 동기가 추천하던 연구실 합격과 유명 중견 기업으로 부터의 외주 프로젝트 합격. 그 때만 해도 나는 나는 원하는 것은 뭐든지 할 수 있고 그렇게 해내는 사람이었다. 외주 프로젝트를 하며 머신러닝에 대해 많이 배웠고, 연구실 생활을 하면서 학회 출장, 프로젝트 진행 등 대학원 생활도 간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었다. 5개월 뒤, 최종 결과물이 다소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외주 프로젝트를 끝내고, 나는 연구 보다는 개발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며 연구실 생활을 그만 두었다. 

 

연구실을 나오기 전 쯤,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전부터 꿈 꿔왔던 기술 창업을 하자고 설득했다. 창업과 관련해서는 대학교 2학년 시절 활동 했었던 창업 동아리와 교내 창업 경진대회에 참가했었던 경험이 있었고 2년 간 더 많이 성장했으니 우리는, 아니 나는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일단 뭐라도 해보자며 무작정 만들었던 완전 간단한 안드로이드 어플리케이션은 일주일 만에 플레이 스토어에 업로드 됐다. 하지만 그 이후 휴학을 하고 본격적으로 시작한 사업은 전혀 쉽지 않았다. 쉽게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던 공모전 수상, 정부 지원 창업 프로그램 당선은 나에겐 먼 나라 이야기였고 지원하는 족족 탈락, 탈락, 탈락... 아쉽게도.. 안타깝게도.. 죄송하지만.. 등의 수 많은 이메일을 받았지만 그 때까지는 아직 부서질 자존감이 많이 남아 있었다. 세상이 우리를 몰라준다면 성과로 보여주자! 라는 마음가짐으로 공동 창업자들과 무작정 개발을 감행했다.

 

다시 시작할 프로젝트는 해커톤에서 우연히 떠오른 아이디어인 개인 카페 전문 추천 플랫폼. 강남에서 카페 자리를 찾지 못해 실시간으로 여석을 알려주는 어플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해서 시작한 아이디어였다. 엄청난 시장성은 없어보였지만 내 주변의 지인들은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말해주었고, 열심히 만들면 최악의 경우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대부분의 개발은 핫한 실리콘 벨리 스타트업처럼 구글 docs와 hangout을 이용하여  원격으로 진행되었고 언어는 우리 중 아무도 IOS를 개발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크로스 플랫폼을 지원하기 위한 하이브리드 어플리케이션 고려했다. 그래서 당시 가장 인기가 많고 핫했던 크로스 플랫폼 어플리케이션을 제작할 수 있는 언어인 React Native를 사용하기로 결정 했다.

 

당시 진행했던 프로젝트의 아이디어 개요

 

하지만 React라는 언어가 애초에 Facebook이 간단한 UI를 빠르게 개발하기 위해 제작한 것이 었고 이를 계승한 React Native 역시 기본적인 부분 빼고는 모든 API가 다른 사용자들이 직접 만든 open source였다. 즉, 수 많은 에러와 버그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c++이나 java만을 이용해서 공부하던 대학생들은 개발 인생 최초로 Stack Overflow에서도 답을 찾을 수 없는 문제를 만났고, React Native 깃허브의 issue에서 아직 전세계의 누구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함께 겪었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UI부분 정도를 완성할 때쯤, 우리는 개발 속도가 너무 느리고 각자 맡은 개발 파트가 지금 우리 실력으로는 너무 버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시작해보지도 못한 채 엎어졌다. 큰 소리 떵떵치고 시작했던 사업이 수 많은 탈락을 겪고, 모든 것을 걸었던 프로젝트가 망가지면서 넘쳐나던 나의 자신감은 반 정도로 줄어들었다. 결국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각자 원하는 공부를 더 하기로 하고 팀원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그러던 와중 고향에서 컴퓨터를 전공한 나와 같은 야망을 가진 친구를 지인에게 소개 받았다. 그 친구는 기존에 두 번 이상의 사업 실패 경험이 있었고, 다른 사업을 도모하면서 현재는 지인으로부터 외주 작업을 의뢰 받아 진행하고 있었다. 대학생들로만 이루어진 팀에서 갈증을 느끼던 나에게는 실전 경험이 있는 너무도 원했던 단비 같은 존재였다. 그 친구에게 웹사이트 크롤링부터 프로그램 외주 판이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 등 다양한 것들을 배웠고 과거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고객의 니즈가 분명히 있는, 당장 빠르게 개발할 수 있는 프로젝트들을 고안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외주 프로젝트가 발목을 잡았다. 처음에 안드로이드로 시작했던 프로젝트는 우리의 기술적 한계로 수 많은 수정과 대규모 변경을 거쳤고 마지막에는 UI쪽을 veu.js를 이용한 web view로 완전히 갈아 엎어 버렸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1달로 예상했던 프로젝트는 2달을 넘어가고 있었다. 빠르게 끝내고 벌어들인 자본금을 토대로 우리가 하고 싶은 사업을 하자고 말했던 멋진 사업가의 모습과는 다르게 우리는 그저 고객이 원하는 요구사항의 노예였다. 계속 질질 끌려다니면서 우리 사업은 시작도 못하고 고객사의 요구사항만 수정하던 우리는 빨리 끝 낼 수 없는 우리의 미천한 실력과 밥먹을 돈도 안되는 외주 판에 질려버렸다. 프로젝트를 겨우 마무리하고 드디어 우리가 하고 싶었던 사업을 시작할 무렵 이 아이템도 가망이 없어보였고, 이미 나의 자신감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몇가지 일을 경험 하면서 자신의 부족함을 뼈 져리게 느꼈다. 그리고 잘 굴러가는 회사는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회사를 만들어가고, 일을 하는지 배우고 싶어졌다. 그래서 약 한달 전부터 취업 준비를 시작했다. 취업 준비를 하면서 느낀 것은 세상이 원하는 기준은 높고, 나는 기본도 모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같이 일하던 친구에게 나의 현재 상황과 마음을 전하고 2년 뒤에 꼭 성공해서 만나자고 웃으면서 그런 날도 있었지 하면서 술 한잔 하자고 얘기하며 헤어졌다.

 

지금은 초심으로 돌아가 기초가 튼튼한 주니어 개발자가 되기 위해 모든 것을 다시 공부 중이다. 자료구조, 알고리즘, CS지식, 새로운 언어, API 등 해야할 일이 많지만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것처럼 꾸준히 배워나갈 것이다. 어제보다 나아진 나를 위해서 오늘도 마음을 정리하고 다시 의자에 앉는다. 내년에는 지금보다 훌쩍 커 있는 나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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